전경성구

♡대순진리회 회보♡ -전경성구- 종도 박공우의 식고, “하느님 뵈어지소서”

진심견수 2023. 2. 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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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도 박공우의 식고, “하느님 뵈어지소서”

 

 

대순진리회 여주본부도장 교무부

박인규

 

 

상제께서 정미년 가을 어느 날 신 원일과 박 공우와 그 외 몇 사람을 데리시고 태인 살포정 주막에 오셔서 쉬시는데 갑자기 우레와 번개가 크게 일어나 집에 범하려 하기에 상제께서 번개와 우레가 일어나는 쪽을 향하여 꾸짖으시니 곧 멈추는지라. 이때 공우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번개를 부르시며 또 때로는 꾸짖어 물리치기도 하시니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하시는 상제시라, 어떤 일이 있어도 이분을 좇을 것이라고 마음에 굳게 다짐하였더니 어느 날 공우에게 말씀하시기를 “만날 사람 만났으니라는 가사를 아느냐” 하시고 “이제부터 네가 때마다 하는 그 식고(食告)를 나에게 돌리라” 하시니 공우가 감탄하여 여쭈기를 “평생의 소원이라 깨달았나이다.” 원래 공우는 동학신도들의 식고와는 달리 “하느님 뵈어지소서”라는 발원의 식고를 하였는데 이제 하시는 말씀이 남의 심경을 통찰하심이며 조화를 임의로 행하심을 볼 때 하느님의 강림이시라고 상제를 지성으로 받들기를 결심하였도다. (교운 1장 25절)

 

  위 성구에서 상제님께서는 1907년(정미년) 가을 종도 신원일, 박공우 등과 함께 한 주막에 쉬시는 도중 우레와 번개가 치는 쪽을 향해 꾸짖으시니 우레와 번개가 곧 멈추었다. 이때 공우는 상제님께서 천지조화를 임의대로 하심을 느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상제님을 따를 것이라 굳게 다짐하였다. 그런 뒤 어느 날 상제님께서 공우에게 “만날 사람 만났으니라는 가사를 아느냐”고 물으시며 공우가 때마다 하는 식고(食告)를 상제님께 하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공우는 스스로 감탄하여 깨닫고 상제님을 지성으로 받들기로 결심하였다.


  이 성구의 말씀에서 “원래 공우는 동학신도들의 식고와 달리 ‘하느님 뵈어지소서’라는 발원의 식고를 하였는데”, 동학의 식고는 어떻게 하는 것이며 공우의 식고는 동학의 식고와 어떻게 다르다는 것일까? 본 글에서는 동학의 식고에 대해 살펴보고 그것이 공우의 식고와 어떻게 다른지 고찰해봄으로써 위 성구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한다.

 

 

동학의 식고(食告)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 1824~1864)는 여러 해의 구도 끝에 1860년 음력 4월 상제님으로부터 제세대도를 계시받고 동

학을 폈다. 동학 측에서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최제우는 득도 후 이듬해인 1861년 6월에 동학의 가르침을 펴는 이른바 포덕(布德)을 하며 사람들을 입도하게 하였다.01 

 

포덕할 때는 21자 주문02 을 전해주었고, 가르친 가운데 한 가지는 식고(食告)였으며, 다른 한 가지는 나아갈 때 반드시 고하고 들어올 때 반드시 고하는 것이었다.03 이 내용에서 동학의 초기 가르침 중 하나가 바로 식사할 때 하는 식고(食告)였음을 알 수 있다.


  1864년 최제우의 사후 동학의 지도자가 된 최시형(崔時亨, 1827~1898)은 식고에 대해서 “어려서 먹는 것이 어머님의 젖이 아니고 무엇이며, 자라서 먹는 것이 천지의 곡식이 아니고 무엇인가. 젖과 곡식은 다 이것이 천지의 녹이니라.

 

사람이 천지의 녹인 줄을 알면 반드시 식고(食告)하는 이치를 알 것이요, 어머님의 젖으로 자란 줄을 알면 반드시 효도로 봉양할 마음이 생길 것이니라. 식고는 반포(反哺)의 이치요 보은(報恩)의 도리이니, 음식을 대하면 반드시 천지에 고하여 그 은덕을 잊지 않는 것이 근본이 되느니라.”04 고 하였다. 이는 즉 곡식은 마치 어머니의 젖과 같은 천지의 녹이므로 음식을 대할 때 반드시 천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고하는 것이 바로 식고라는 의미이다.

 

 

  최시형은 식고 시 천지에 감사해야 하며 “너희들은 매번 식고할 때에 한울님 감응하시는 정(情)을 본 때가 있느냐.”05고 하여 곧 ‘한울님’ 및 ‘천주(天主)’가 감응하는지 제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최시형은 이 ‘한울님’에 대해서 “사람은 다 모신 한울님의 영기로 사는 것이니, 사람의 먹고 싶어 하는 생각이 곧 한울님이 감응하시는 마음이요, 먹고 싶은 기운이 곧 한울님이 감응하시는 기운이요, 사람이 맛나게 먹는 것이 이것이 한울님이 감응하시는 정이요, 사람이 먹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 바로 한울님이 감응하시지 않는 이치니라.”06 고 설명하였다. 즉 최시형은 사람에게 내재한 기운·생각·마음이 곧 ‘한울님’이라고 본 것이다.

 

  동학 교주의 교설이 이러하다면, 동학에 참여한 이들은 어떻게 식고를 하였을까? 대접주 중 한 사람이었던 김낙철(金洛

喆, 1858~1917)의 기록에 의하면, 그는 1898년 최시형이 관에 붙잡혀 처형된 후 “대선생님에게 식고(食告)를 하고, 해월 선생님에게 식고가 없는 것은 제자의 도리가 아니다. … 하늘과 땅이 하나이고 영(靈)도 하나인데, 어찌 식고의 이치가 없겠는가. … 8월 12일부터 시작하여 식고례(食告禮)를 널리 행하였다.”07 라고 하였다. 즉 1898년경 당시 동학도들은 ‘한울님’과 더불어 자신들의 스승에게도 식고를 한 것이다.

 

♡대순진리회 회보♡이 당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식고하였는지 동학 측 자료에는 찾아보기 어려우나, 한 연구자는 “天地父母 持賜朝飯 感謝無量(천지부모님 아침밥을 내려주셔서 한량없이 감사드립니다)”라고 기록하였다.08 현재 천도교에서는 “한울님과 스승님, 조상님 감응하옵소서. 지금 조반(점심·저녁 진지)을 받들었사오니 감사하옵니다. … (이 밖의 소원) 감사히 먹겠습니다.”09라고 식고를 행한다고 한다.10 

 

이상 동학의 식고를 정리해보면, 동학의 식고는 동학도들이 식사 전 동학에서 말하는 ‘한울님’과 스승인 최제우 등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식이다. 단, 식고의 대상인 ‘한울님’은 천지만물을 주관하시는 지극히 높으신 하느님이 아니라 바로 사람에게 내재한 존재이다. 이는 동학의 의례인 향아설위(向我設位)에서 나타난다. 전통의 제사가 벽을 향해 제수를 차리는 향벽설위(向壁設位)인 반면, 향아설위는 제사하는 사람을 향해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는 교리이다.

 

즉 제사나 치성을 드리는 대상인 조상이나 한울님이 외부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바로 사람 자신에게 내재해 있기에 제사를 행하는 사람에게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초기의 동학이 초월적인 하느님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천도교로 전개되면서 사람에게 내재한 하늘을 강조하여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의 교리를 내세웠다. 그러다 보니 하느님이신 구천상제님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 교리도 상제님께서 계시하신 진리와 달라지게 되었다.

 

 

공우의 식고


  종도 박공우가 상제님을 따르게 된 시기는 1907년 6월 즈음이다.11 박공우는 차경석의 친우로 본래 동학도였다가 차경석을 통해 상제님을 뵈었다.12 상제님께서는 박공우와 차경석에게 ‘참 동학’에 대한 말씀과 “동학 신자 간에 대선생(大先生)이 갱생하리라고 전하니 이는 대선생(代先生)이 다시 나리라는 말이니 내가 곧 대선생(代先生)이로다”라는 말씀을 하다.13 

 

이러한 상제님의 말씀에 감화한 박공우는 정읍 대흥리로 가시는 상제님을 뒤따랐다.14 대흥리의 차경석의 집에 계시던 상제님께서는 “내가 머무는 곳을 천지가 다 알아야 하리라”고 말씀하시자마자 갑자기 천둥이 치니, 박공우는 크게 놀라게 되었다.15 그 뒤 교운 1장 25절의 내용에서처럼 공우는 우레와 번개를 멈추시는 상제님의 권능을 보고 상제님을 따르리라 굳게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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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여주본부도장 홈페이지 대순진리회 회보 대순151년(2021) 7월 / 245호